모바일 커머스의 미래 거래에서 소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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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커머스의 미래 거래에서 소셜로
  • 이병주 ㈜더밸류컨설팅 대표
  • 승인 2022.07.06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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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만족할만한 공간을 만들어 놓는 게 더 중요한 시대

중고 거래에서 Z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건 번개장터다. 회원의 
80%가 35세 이하고, 트래픽 절반 이상을 10대와 20대가 점유한다.

여기서 2020년 5월에 재미난 일이 벌어졌다. 이른바 ‘내피드 사건'. 내피드는 내가 팔로우하는 상점, 즉 판매자의 페이지 에 새로 올라온 제품을 피드로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다. 번개장터가 앱 개편을 하면서, 이 내피드 서비스를 없앴다.

내피드를 열심히 보는 사용자가 별로 없을 거란 게 내부 판단이었다. 인공 지능 기반으로 맞춤형 제품 추천 서비스도 하고, 정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검색하거나 해당 카테고리로 들어와서 찾아보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일이 터진 것이다. 갑자기 별 하나짜리 앱 리뷰가 등장하면서 “개 발자님, 제발 '내피드’ 좀 살려주세요” 하는 댓글이 마구 올라왔다. 운영팀은 놀라서 하루만에 내피드 기능을 되살렸다. 이를 계기로 운영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판매자를 팔로우하며 어떤 제 품이 새로 올라왔는지 즐겨 보는 사용자가 꽤 많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즉 쇼핑 앱에 물건을 사러 접속하는 게 아니라 시간 보내며 놀려고 들어간다는 얘기다. 마치 쇼핑 앱을 인스타그램 같은 SNS로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우리가 백화점에 반드시 물건 사러 가지 않고, 놀러 가는 것과 같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디지털로 온갖 즐거움을 추구하는 넥스트 노멀 환경에서는, 커머스 앱이 거래보다는 SNS와 더 비슷해질 것이다. 내피드 사건은 그런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인스타그램을 닮은 디팝의 성공

SNS식 커머스를 구현해서 성공한 회사 중에 디팝(Depop)이 있다. 디팝 은 2011년 연쇄창업가인 사이먼 베커먼이 이탈리아의 창업 프로그램을 지 원받아 설립한 중고패션 유통 앱인데, 곧바로 본사를 영국 런던으로 옮겼다.

디팝에서 커머스 앱의 미래를 볼 수 있 는 이유가, 1,500만명의 활성 사용자 중에 90%가 25세 이하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도 진출해서 5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는데, 대부분 유행을 선도하는 10대와 20대 초반이다. 뉴욕에 사는 10대를 대상으로 선호하는 리세일 플 랫폼을 조사했더니 디팝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1위로 나왔다.

디팝은 처음부터 상품 거래를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을 만들려는 의도가 강했다. 실제로 디팝 앱에 들어가면, UI가 이게 인스타그램 인지 헷갈릴 정도로 만들어놨다.

회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셀러를 팔로우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구성 돼 있다. 또 사업 초기부터 앱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으로 10대 인플루언서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기획했다. 가령 가장 사랑 받는 셀러 50명을 초대 해서 디팝 라이브에서 숍을 열었는데, 의도적으로 어린 사람들을 골랐다. 스무 살에 100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사 실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렇게 키운 사람 중 하나가 벨라 맥 패든(Bella McFadden)이다. LA에 사 는 맥패든은 용돈을 벌기 위해 스무 살에 디팝에 숍을 열었고, 처음엔 자신의 옷을 팔다가 바자회를 돌면서 스타일 이 괜찮은 옷을 골라 팔기 시작했다.

3년만에 100만달러를 넘게 판매해서 유명해졌고, 지금은 iGirl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자이너가 됐다. 그녀는 수십만명 팔로워를 보유한 인스타그램에도 정기적으로 포스팅을 하며 디팝과 함께 관리하고 있다. 디팝은 패션에 관심 있는 Z세대가 서로 소통하고 유행을 이끌며 돈까지 벌 수 있는 공간 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인플루언서들이 앞으로 뜰 패션이 뭔지 알아보려고 디팝에 먼저 들어간다고 한다. 새로운 스타일이 인스타에 뜨기 몇 달 전부터 디팝에 뜨기 때문이다. 디팝은 2021년 6월 세계 최대의 수제품 전문 몰인 엣시에 16억 달러에 인수됐는데, 이후에도 독 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의 변화

이렇듯 앞으로 커머스가 거래보다는 사용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면 경영관리도 바뀔 수밖에 없다. 소셜이 목적인 앱이 AI를 도입한다면, 상품추천 보다는 셀러추천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맞춤 상품으로 거래를 일으키는 것보다 좋아할만한 셀러를 추천해서 사용자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즉 경영의 성과관리 지표, KPI가 거래액이나 순방문자가 아니라 앱 체류시간이 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로 고객이 무엇을 하는 지 기업이 알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제 조업체는 제품 판매 후에도 고객이 제품을 더 잘 사용하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유통도 마찬가지다. 좋은 제품을 많이 파는 것도 고객만족이지만, 고객이 만족할만한 공간을 만들 어 놓는 게 더 중요하다. 그러면 제품 판매는 자연스레 따라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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