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280일, 첫 구형 ‘징역 7년 6개월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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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참사 280일, 첫 구형 ‘징역 7년 6개월형’ 등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4.05.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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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청주시장 16시간 조사…미호강 제방공사 현장소장‧감리단장 실형

 오송참사 280일, 책임과 대책

무고한 14명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 16명을 다치게 한 관재(官災).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지 280일이 지나서야 일부 피의자에 대한 1심 구형이 나왔다. 검찰은 미호강 둑 공사현장 소장과 감리자에 대해 각각 징역 7년 6월과 7년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관련법의 최고형이라지만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청주시장과 충북지사 등 기관 최고책임자에 대한 조사는 이제야 시작됐고 정부의 유사 사건 예방대책은 만시적이다. 무고한 희생자들의 넋은 언제나 풀릴까.

충북지역 시민단체가 7월 19일 오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관련해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충북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19일 충북지역 시민단체가 오송참사와 관련해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 행복청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충북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는 모습.    /충청리뷰 DB. 뉴시스.

지난해 7월 집중호우 때 14명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280일을 지났다. 초기부터 천재(天災), 인재(人災)를 넘어 관재(官災)로 드러난 사건이 이제야 일부 피의자들에 대한 검찰 구형이 나왔다. 이범석 청주시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 기관 최고책임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막 시작됐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충북 청주 ‘오송참사’와 관련해 미호천교 임시제방 공사 책임자들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이날 청주지법 형사5단독(정우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공사 현장소장 A씨(55)와 감리단장 B씨(66)에게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각각 징역 7년 6개월, 징역 7년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가 받은 구형량은 현행법상 최대 형량이지만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이들의 혐의는 도로 확장 편의를 위해 무단으로 기존 제방을 철거한 뒤 임시제방을 쌓고 공사현장 관리·감독을 게을리 해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점이다. 특히 불법으로 임시제방을 축조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없던 시공계획서와 도면 등을 위조토록 교사한 혐의도 더해졌다.

A씨 측 변호인은 허가를 받지 않고 제방을 절개한 것은 행정상 착오였고, 철거 또한 설계도상 불가피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 등은 섣불리 제방을 건들면 우기에 수해 위험이 커져 관계기관 협의 없이 임의로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날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유가족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하면서도 설계도에 따라 성실히 공사에 임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B씨 측 변호인은 관계기관의 업무상 과실과 이례적인 집중호우로 병합돼 발생했고, 세부적인 책임은 시공사가 아닌 감리단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B씨는 전반적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하며 눈물로 속죄의 뜻을 밝혔다. 이들에 대한 선고 기일은 이달 31일이다.

오송참사는 지난해 7월 15일 오전 8시 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발생했다. 인근 미호강 제방이 붕괴돼 하천수가 유입되면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의 침수로 인해 14명이 생명을 잃고 16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다.

김영환 도지사 소환 통보

사고 13일 후 국무조정실은 감찰조사 결과 발표에서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 무단철거와 부실한 임시제방 축조, 이를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인재임을 분명히 했다.

검찰은 당시 국무조정실로부터 충북도, 청주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 7개 기관 36명에 대해 수사 의뢰를 받아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이후 압수수색을 벌인 뒤 관계자 200여명을 불러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재판을 받은 2명을 비롯해 행복청과 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 경찰·소방관 등 사고 책임자 28명을 한꺼번에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번 재판 이틀 뒤 이범석 청주시장을 소환해 16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앞서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번 사건과 관해 이 시장과 김영환 지사, 이상래 전 행복청장 등 기관장들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27일 검찰은 이 시장을 전날 오전 9시 30분께 비공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청주시 최고 재난책임자로서 적절한 재난 예방 및 대응 여부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오송참사와 관련해 피소된 기관장 중 청주지검 오송참사수사본부에 소환된 건 이 시장이 처음이다. 이 시장은 16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이튿날인 27일 오전 1시 15분께 귀가했다.

시민대책위 “단체장 처벌”

검찰은 특히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미호강 임시제방 관리에 대해 청주시도 금강유역환경청, 행복청과 함께 공동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천법에 따르면 미호강 제방 등 국가하천의 시설물은 홍수방지를 위해 지자체가 환경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관리하게 돼 있다.

검찰은 참사 당일 시가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미호강이 계획홍수위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이를 충북도에 알리지 않은 점, 도로통제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시장은 궁평2지하차도는 충북도 관할로 시청에 관리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영환 지사에게도 소환통보하고 출석일자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충북도는 사고 당일 행복청으로부터 미호강 범람 위험 신고를 3차례나 받고도 관할 도로인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교통통제를 하지 않고 청주시와 논의도 없었다.

한편 오송참사 책임으로 기소된 마경석 서울 강서경찰서장이 직위해제된 것으로 같은달 26일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참사 당시 충북경찰청 공공안전부장이던 마 현 강서경찰서장에게 직위해제 조치가 내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마 서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돼 직위해제 조치를 받은 것으로 밝혔다. 앞서 검찰은 충북경찰청이 사고 발생 1시간 전 112신고를 2차례 받고도 관계기관에 대응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로 마 서장 등 경찰관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런 상황 속에 ‘중대시민재해 오송참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는 현장소장 등에 대한 결심공판 이튿날 청주지방검찰청 정문 앞에서 ‘오송참사 진상규명 최고책임자처벌촉구 노동시민사회대표자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에는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생존자협의회가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재난컨트롤타워로서 책임자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엄중히 수사하고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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