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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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과나무
  • 이기인 기자
  • 승인 2024.04.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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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사과나무

 

황토빛 그늘을 따라온 바람이 훈훈해질 때

팔뚝보다 얇은 사과나무는 세상의 중심을 붙들고

하루종일 메말라가는 기도를 한줄기 올린다

너무도 많은 이별을 뒤로하고서 찾아온 마을에는

구름보다 조용한 발걸음이 아침부터 서걱인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지평선 너머로

어린 새들을 꺼내 후우 불어주는 낮은 산

엎질러져 있는 사랑을 끌어모으고 다독이는

푸른 삽날 끝에 매달린 하얀 배고픈 웃음들

새 살이 돋아나는 계절에는 지금보다 많은

잎사귀가 달라 붙어서 레고처럼 쌓일 것이다

저물녘 발걸음에 끌려온 슬픔이 놀라서

눈시울이 빨개진 사과 하나 떨어뜨릴 것이다

∥무른 땅을 갈아엎고 씨앗을 묻는 파종과 식재의 시간이다. 어린 사과나무는 온 힘을 다해 대지를 움켜쥐고 있다. 하늘은 이제 구름을 불러 어린 묘목을 시험에 들게 할 것이다. 바람은 그의 등을 세차게 떠밀 것이다. 목마름과 갈증을 햇살은 가르칠 것이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사과의 볼에 묻은 슬픔과 희망을 닦아주고 싶다.      시/ 이기인 사진 /김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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