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代가 걸어가는 ‘시계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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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代가 걸어가는 ‘시계 장인’
  • 박소담 기자
  • 승인 2024.03.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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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존경하는 아버지의 명성 이어갈 것”
제네바워치 권익생 대표와 그의 아들 권용희씨.
제네바워치 권익생 대표와 그의 아들 권용희씨.

학업 대신 배운 시계기술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위치한 제네바워치 권익생 대표는 열아홉 살부터 시계를 고쳤다.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그가 시계와 함께 한 시간은 무려 46년이다. 경상북도 상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상급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동생들의 생계와 학업을 돕기 위해 시계방에서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강원도 탄광촌에 있는 시계방이었다. 무보수로 밥만 얻어먹으며 3년을 맞아가며 일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기술을 배워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계 수리는 유리세공 전문, 연마 전문, 제작, 오버홀 수리, 선반 작업 등 분업이 확실한 분야다. 권 대표에게 본인만의 경쟁력을 묻자 “시계 수리의 모든 부분을 관장한다”며 “공급이 안 되는 부품은 제작하고, 유리세공부터 수리, 마무리 세척까지 전체적인 가공을 전부 총괄한다”고 밝혔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지 않으니 시간은 절약되고 한번 수리한 시계의 모든 부분을 알고 있기에 다시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금도 수많은 새로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매일 공부하고 연구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며 겸손했다.

46년 외길, 꾸준함이 경쟁력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냐고 묻자 “한 달 전쯤 아이 손을 잡고 왔던 중년의 여자 손님이 떠오른다”고 답했다. 그녀는 낡은 시계 하나를 내밀며 “50여 년 전 친정엄마가 결혼하며 받은 시계다. 비싼 건 아니지만 꼭 고쳐서 엄마를 기억하고 싶다. 여기저기서 ‘이건 안 된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간곡히 수리를 부탁했다고 한다. “하루 만에 고쳐 드렸다. 기뻐하며 연신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다. 이 맛에 일한다”고 말하는 권 대표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몸에 항상 지니는 시계는 하나의 물건을 넘어서 ‘소중한 일부’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결국 고쳐내는 것이 기술자의 소임이다. 46년간 못 고친 시계는 단 한 개도 없다. 내 눈이 보이지 않는 그 날까지 시계 수리를 계속할 것이다. 아들을 포함해 앞으로 시계를 배우는 후배들에게 ‘포기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세월이 많이 걸리는 기술이지만 집중해서 연마하면 기술은 반드시 자기 것이 된다

“아버지의 길, 존경스러워”

권 대표의 장남 권용희 씨는 아버지 밑에서 시계 수리 일을 배우고 있다. 대학 때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도 늘 아버지가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할 때는 겁부터 났다. 아버지의 명성에 누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러웠다”며 “지금은 부품 하나하나 고쳐나갈 때마다 성취감에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자식과 가족을 위해 묵묵히 한길만 걸으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명장이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배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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