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퇴’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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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자퇴’하는 아이들
  • 나재준 청주양업고 교감
  • 승인 2022.06.22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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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세탁’ 위해 자퇴하고 검정고시 봐서 서울대로, 비정상적인 교육 영원할 수 없어

 

최근들어 전국의 고등학교마다 자퇴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1학년 1명, 3학년 1명의 학생이 자퇴를 했다. 그래서 이 학생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 되었다.

법률적으로 청소년은 9세부터 24세까지를 의미하는데, ‘학교 밖 청소년’은 나이는 청소년이지만, 학교에 재학 중이지 않을 경우를 일반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한다. 자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초·중·고생 나이에 해당하는 만 6~18세 인구의 10~1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 비율을 간과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기타 사유’ 학생들은 누구?

‘학교 밖 청소년’의 유형(“학업중단 청소년 현황 통계”, 교육정책포럼 308호, 2019)을 살펴보면 검정고시 공부, 대학입시 준비, 복교 등을 위한 ‘학업형’과 직업기술을 배우는 경우, 아르바이트, 취업 등을 위한 ‘직업형’ 그리고 특정 목표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우의 ‘무업형’, 가출하거나 보호시설·사법기관 감독 받는 경우인 ‘비행형’, 사회적 관계를 맺지 않고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인 ‘은둔형’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몸이 많이 아파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기 어려운 학생, 조실부모로 인해 경제적 형편이 너무 어렵고, 장남·장녀로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므로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들이다. 이런 ‘학교 밖 청소년’들과 만학도들을 위해 ‘검정고시’라는 제도가 생겨났고, 학생들은 어려운 상황속에서 주경야독으로 어렵게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치르고 학력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학생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과연 몇 명의 학생들이 그럴까?"

‘학교 밖 청소년’중에서 고등학교를 자퇴한 사유별 비중으로 보면 질병(733명), 가사(87명), 해외출국(1,327명), 부적응(3,090명), 기타(8,903명)이다. 질병과 가사는 위에서 언급한 사례이겠지만,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은 해외출국과 부적응, 기타의 인원이다.

2020년 기준 ‘기타’ 사유가 1만2,252명으로 전체 2만3,224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2021년 기준 전체 14,439명 중 8,903명이다. 기타 사유에는 검정고시나 대안학교 진학, 방송활동 등으로 인한 자발적 학업중단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기타 사유’에 속하는 ‘학교 밖 청소년’이 누구일까 하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는 자료 중 하나는 2021학년도 서울대 정시합격자 798명중 검정고시 출신 서울대 정시 합격생이 32명(4.0%)이다. 서울대가 정시 합격자들의 출신고교 유형을 공개한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검정고시 합격생 비중이 가장 높았다.

서울대 정시 합격자 중 검정고시 합격자 수는 2014학년도 6명, 2015학년도 15명, 2016학년도 4명, 2017학년도 10명, 2018학년도 12명, 2019학년도 13명 등으로 10명 내외를 유지해왔었다. 그러다 2020학년도 30명, 2021학년도 33명, 2022학년도 33명으로 합격생 수가 급격히 늘었다. 2020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수시모집 및 정시모집 최종 등록자수를 살펴보면 2020학년도 수시모집 6명(0.2%), 정시모집 27명(3.1%), 2021학년도 수시모집 12명(0.5%), 정시모집 33명(4.1%), 2022학년도 수시모집 9명(0.4%), 정시모집 31명(2.8%)이다.

교육자가 느끼는 자괴감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볼 때 내신성적이 불리한 학생들이 국내 우수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신세탁(?)을 위한 극단의 선택인 ‘자퇴’를 결정하고 검정고시를 택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주요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이 30~40%까지 늘어나는 점도 학교로부터 벗어나 시간을 뺏기지 않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정시모집을 준비하기 위해 검정고시를 택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이유도 그 하나일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시 모집의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직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수시에 불리한 자사고와 특목고가 존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학교를 자퇴하고 수도권의 기숙형 학원에 들어가는 학생들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고, 유명 기숙형 학원은 웬만한 서울 소재 대학 입학보다 어렵다는 소식을 접할 때 교육자의 한사람으로 큰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나재준청주 양업고 교감

정상적으로 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찾기위해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방법으로 지식을 얻는 과정을 배우고, 스스로 질문하고 선택하며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교육을 받는 학생들보다 학교 밖에서 부모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사교육의 도움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수 있다면 학교 교육은 진정 필요한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비정상적인 교육은 영원할 수 없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얻은 학벌로 행복해질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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