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청주연초제조창, 과연 명품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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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청주연초제조창, 과연 명품 될 수 있을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8.1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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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업 중심지로 육성해 도심 활성화하겠다는 포부 묘연
1단계 사업에서는 복합상업시설 50%. 2단계 계획은 호텔?

옛 청주연초제조창은 청주 중심에 자리 잡은 잠재력이 큰 곳이다. 면적 12만2407㎡. 주변에 위치한 예술대학과 뜨는 관광지 수암골. 그리고 그간 청주시가 공을 들여 알려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 등으로 인해 문화적 자원을 특히 많이 함유하고 있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지역경제인은 “안덕벌을 포함한 내덕동은 잠재력 높은 신입생(뉴커머)에서 성장성이 높은 스타로 거듭날 가능성이 많은 지역”라고 평가했다. 물론 그동안 이 지역에 많은 자본이 투입됐다. 국비와 시비 그리고 민간자본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 못지않게 우려도 적지 않았다. 청주를 대표하는 명품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에 밀려 문화적 정체성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청주시는 연초제조창을 문화가 있는 벨트로 재탄생시키겠다는 큰 계획을 그렸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돈이었다. 그리고 민선 6기 청주연초제조창 개발계획은 표류했다.

지난해 9월 청주시가 내놓은 도시재생사업조감도 (네모부분) 리모델링 중인 본관은 문화시설 50%, 상업시설 50%로 조성된다 (동그라미부분) 2차 신축 계획부지는 현재 구상중이다

랜드마크 예정지 청주연초제조창

청주연초제조창이 청주시의 자산으로 된 것은 2010년 12월이다. 당시 청주시는 KT&G로부터 350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면서 ‘북부지역 도심활성화와 문화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2011년부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청주연초제조창에서 개최됐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과 청주연초제조창 남관을 수장형 미술전시관으로 건립한다는 협약을 맺었다. 지역사회에서는 역사와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리고 2014년 국토교통부로부터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됐다. 생활권 단위의 개선과 공동체, 골목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린재생형사업은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사업은 드물었다.

그 덕에 기대감은 높았다. 청주시는 지역의 문화·경제계 인사들을 초청해 다양한 공청회와 토론회를 진행했다. 당시 공청회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청주연초제조창 일대가 문화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에 성공하는 지역이 돼야 한다”며 “역사·문화적 상징공간으로 사업을 추진하자는 논의가 계속됐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사업은 난항이었다. 민자유치를 해야하는 상황이었고 복합쇼핑몰, 비즈니스 센터, 호텔 등이 거론되면서 주변상권의 반발도 거셌다. 인근의 한 상인은 “청주연초제조창은 그랜드플라자호텔과 개발 중인 율량상권 그리고 성안길 상권과도 차로 5분 거리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복합쇼핑몰을 만들겠다는 것은 앞을 내다보지 않은 무책임한 탁상정책”이라고 당시를 비판했다.

상인들의 반발로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오랜 중재 끝에 수정한 계획이 국토교통부 도시재생특별위원회의 승인을 거쳤다. 전국 국가지원 도시재생 지역 중 처음으로 민간 자본 투입이 계획됐다.

이어 도로 등 인프라를 갖추는 마중물 사업으로 500억원의 국비를 투입하고, 1718억원의 민간투자, 896억원 규모의 중앙부처 협력사업 등 총 3100억여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민자유치는 어려웠다. 두 번의 실패를 거쳐 ‘도원이엔씨’와 ‘원더플레이스’의 컨소시엄이 민간자본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한다는 1단계 사업이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갔다.

 

뒷말 많은 2단계 계획

당시 민자유치에 참여했던 지역업체 대표 A씨는 “청주연초제조창 도시재생사업의 민자유치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며 사정을 설명했다. 그는 “청주시는 참여업체가 공공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포부와 달리 방향성이 결여돼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고 말했다.

난항 끝에 추진되는 1단계 사업은 연면적 5만1515㎡에 문화시설 50%, 상업시설 50%로 조성된다. 상업시설은 부가세까지 약 825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다. 청주시는 “총 사업비는 1021억원에 현물출자 55억원, 주택도시기금 출자와 융자가 254억원이다. LH출자 25억원으로 리츠방식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리츠는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모집된 투자자산을 운용회사에 맡겨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되돌려 주는 회사형태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지역예술계나 지역상권에서 반발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1차 리모델링으로 상업시설이 들어서면 수익을 내야하기 때문에 문화적 요소를 가미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영화관과 대형프렌차이즈 매장의 입점이 타진중이다. 하지만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청주시는 2차 신축에 대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노후한 옛 청주연초제조창의 후생동과 식당동을 철거할 계획과 함께 신축부지 1만1920㎡에 대한 민자유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 있었는데, 이를 재검토해 기본 계획을 확정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업자를 모집했지만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들과 입장이 맞지 않아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업계에서는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울렛 등의 입주를 요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하지만 고도제한이 있는 지역이어서 2단계 사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청주시가 내놓은 계획에는 비즈니스 센터, 호텔이 언급됐다.

이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이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문화예술기획자 이 모씨는 “왜 1단계에 쇼핑몰이 들어선 것과 같은 사업구상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청주연초제조창은 중요한 청주의 자산이다. 그런데 이곳에 쇼핑몰, 호텔, 비즈니스 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있는 가운데 청주연초제조창 2단계 개발계획은 11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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