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모습과 문화예술 접목,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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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모습과 문화예술 접목, 안될까?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5.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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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 수암골, 뚜렷한 방향 없이 카페만 늘어
주민과 관계자들 현안 논의할 협의체 구성 시급

수암골은 연간 30만명이 찾는 관광지지만 문제 또한 많다. 난개발과 주차난 그리고 콘텐츠의 부재는 수암골이 당면한 과제들이다. 혹자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 수암골이 카페촌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수암골 전경 /육성준 기자

그간 수암골을 근간으로 벌인 사업은 다양했다. 청주시는 수암골에 주차장을 만들고 정비사업을 해왔고, 2012년에는 6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옥마을 조성사업을 진행했다가 무산됐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드라마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시발점이 된 김수현 드라마아트홀은 첫 삽을 떴다.

하지만 예술인들은 방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분명 수암골이 드라마 촬영지로 거듭났지만 드라마가 수암골을 대표하는 콘텐츠는 아니다. 벽화마을은 수암골의 시작이고 상징이다”며 “벽화마을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 개발사업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관광특구를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했다. 한 주민은 “관광특구를 만들어 수암골을 정비해야 한다. 그러면서 상인과 주민이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청주시 관계자는 “수암골 전체 면적상 특구지정은 쉽지 않다”고 답변했다. 관광특구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에는 최근 1년간 외국인 관광객 10만명이 다녀가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데 수암골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다보니 충북에서도 관광특구가 몇 군데 없다. 현재 충북관광특구는 수안보온천과 속리산 내속리면 일원 그리고 단양읍 5개리 세 곳 뿐이다.

이런 저런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암골 관련 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벽화마을을 보전해서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과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최우선 과제로 지적되지만 대안은 없다. 그런 사이 수암골은 방치되고 있다. 이 곳 일부 카페의 영업행위는 불법으로 지적되고 1순위 단속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실태가 제살 깎아 먹기라는 비판도 있다. 수암골은 카페촌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연관 검색어에는 수암골 벽화마을보다 특색있는 카페들이 우선 순위에 오른다. 이는 카페촌을 검색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때

수암골에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식 한신정보기술 대표는 “청주시가 큰 그림을 세우고 각각의 대책을 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암골을 명소로 바꾸겠다는 야심도 내비쳤다. 그는 “현재 수암골을 구성하는 주체는 벽화마을, 카페촌, 주민들이다. 수암골로 묶인 사람들이지만 실상 서로 다른 대책을 요구한다. 각각 의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수암골 문제 해결을 위해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해묵은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의체가 필요한데 수암골은 주민과 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마땅한 조직이 없다. 그래서 박 대표는 “의견합의를 볼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통영 동피랑마을이나 부산 감천문화마을 그리고 서울 동대문이나 종로 등에는 양측이 협의하는 조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민 비판도 있다. 한 주민은 “카페촌이 생겨 주민생활에 영향을 주지만 정작 주민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없다”고 주장했다. 혹자는 단물만 빼먹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대표는 “파주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을 롤모델로 삼자”고 제안했다. 헤이리 문화예술마을은 1998년 시작해 현재 예술인 380명이 만들어 가는 문화공간이다. 여기에 카페와 펜션을 비롯해 레스토랑 등 주변 상업시설 상인들이 마을법인의 일원으로 참여해 함께 가꿔나가고 있다. 그리고 헤이리 발전기금도 조성한다.

헤이리예술마을 관계자 B씨는 “건축물을 지으면 발전기금을 평당 15만원 남짓 낸다”고 밝혔다. 헤이리 발전기금은 마을의 생활개선과 마을 발전을 위한 콘텐츠 개발 등에 쓰인다. 이어 그는 “마을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관계자들이 다투기도 했고 때론 중재가 필요하기도 했다”며 마을 협의조직을 이끌어 내기까지 많은 진통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암골의 미래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수암골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과 예술가 그리고 상인들이다. 주민, 예술가, 상인, 청주시가 머리를 맞대고 현안들을 해결할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여론이다.

(위쪽부터) 박정식 한신정보기술 대표 , 주민 김동수 씨

관광객들 “주차하기가 너무 힘들다”

주민·상인들, 일방통행로 제안

 

천안시에 사는 이윤경(42)씨는 수암골을 종종 찾는다. 그는 “볼거리 먹을거리 쉴 곳 들이 어우러진 수암골이 자녀들과 찾기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차가 문제라고 지적했다교행이 안돼 오도 가도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주차난으로 인한 주민불만도 크다. 주민 김동수(78) 씨는 “자동차 매연으로 창문을 열수 없다. 노인과 아이들은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주민들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청주시에 건의했지만 해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주시도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암골이 오래된 마을이기 때문에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암골 내 공영주차장은 75면이다. 반면 주말 수암골을 찾는 사람들은 평균 700명이 넘는다. 틈새마다 주차를 한다고 해도 주차장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공영주차장을 늘린다는 계획도 있지만 예산을 투입하고 주차장을 늘리는 일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민과 상인들은 일방통행으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주민들의 주장처럼 일방통행은 혼잡한 도로통행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과거 차량통행이 많아 혼잡했던 청주 성안길의 몇몇 도로는 일방통행으로 바꾸고 차량흐름이 원활해졌다. 근래 평택시는 복합쇼핑몰로 통행이 마비되는 평택역 앞 도로를 일방통행으로 전환해 큰 효과를 봤다. 청주시 도로교통과 관계자는 “일방통행로 지정은 관할경찰서에서 신청과 심의를 거쳐 지자체에서 시행한다. 주민들의 과반수 이상 동의가 있으면 일방통행은 가능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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