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커지는 현대와 원시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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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커지는 현대와 원시의 동거
  • 충청리뷰
  • 승인 2016.12.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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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분쟁으로 인근 폐가 방치하면서 몇 년째 꼴불견
“더 이상 지체하면 지역사회와 청주대의 수치 해결해야” 한 목소리

6차 촛불집회가 전국을 뒤흔든 지난 3일 저녁, 청주에선 또 다른 이벤트가 12월 첫 주의 밤을 달궜다. 인기가수 이승철 공연이 열린 것이다. 장소는 청주대가 도내 최고의 시설임을 자랑하는 석우문화체육관.

꼭 3년전 준공된 석우문화체육관은 그동안 부족한 공연장에 목말라하던 청주시민들과 공연업계에 크나 큰 희소식이었다. 4500개 좌석에다 대형주차장 등 각종 최신식 부대시설까지 갖춤으로써 문을 열자마자 대관문의가 잇따랐지만 학교측은 규정을 들어 간간이 공익행사에만 장소를 빌려줬을 뿐 공연 등 수익행사는 일절 배제해 왔다.

그러다가 올해 중순 쯤부터 대관이 전면 허용되면서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각종 공연계획이 잡힐 정도로 시민들로부터의 호응이 크다. 앞으로 운영관리만 제대로 한다면 공연과 행사를 매개로하는 또 하나의 지역 명소로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주변의 청정한 자연환경도 이를 뒷받침하고 남는다.

그런데 이 건물의 바로 뒤편에선 목불인견의 현장이 사람들의 눈을 의심케 한다. 마치 폭격을 맞은 듯 다 쓰러져가는 폐가에다 어지럽게 널브러진 나무와 농작물들이 보기 흉하게 방치돼 있다. 현대식 체육관과 폐가의 모습이 얼마나 극적으로 대비되었던지 인근 주민들조차 현대와 원시의 동거라고 비아냥댄다. 해당 면적은 172평으로 땅 주인은 청주대와의 보상협의가 틀어지면서 매각을 거부한 채 대학측과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에서 대립하고 있다.

 

35년간 피해보상 對 현재 규정에 의한 보상

 

 

얘기는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주대는 향후 캠퍼스 확장에 대비해 부지확보에 나섰고, 결국 이 일대가 도시계획상 학교용지로 묶이게 되면서 토지주의 발목을 잡게 된다. 땅 주인 윤태갑(79) 씨의 설명은 이렇다.

“35년 전 여름에 이곳으로 이주해 지금의 폐가를 짓고 살았다. 내 땅에 양봉을 치면서 인근의 땅까지 임대해 과수원을 했는데 그해 겨울 쯤 무슨 측량사들이 왔다갔다 하는가 싶더니 나도 모르게 학교용지로 묶였다. 학교측은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 재산권 행사는 고사하고 집수리 한번 못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터무니 없는 값으로 내놓으라고 하니 말이 되는가. 땅값에다가 그동안 겪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모두 감안한 100% 보상은 아니더라도 상식선의 협의가 들어 와야 응할 수 있다. 체육관 공사가 시작된 이후로는 아무것도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했다”

해당 토지의 수용 문제로 그동안 양측간 만남은 여러 번 있었지만 그 때마다 서로 입장차이로 감정만 상한 채 반목했다. 청주대 측은 체육관 건립이 본격화되던 2000년 초반부터 매입을 적극 시도했지만 역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청주대 관계자는 “공적기관의 처지에서 마음대로 보상가를 책정할 수는 없다. 공시지가 등 공개념의 기준을 근거로 보상협의를 제의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 땅 주인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우리도 대안이 없다. 학교행정이라는 게 나중에 감사까지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인이 반발한다고 해서 마냥 수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양측이 고려하고 있는 땅값 보상만 보더라도 견해차가 커 앞으로도 타협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지 부동산 업계가 책정하는 이 지역의 땅값(실거래 가격)은 택지개발 지구에 따라 대지 기준 평당 300만원에서 500만원 대에서 형성된다. 물론 공시지가는 이보다 턱없이 낮아진다. 토지주 측은 “모든 걸 다 양보한다 하더라도 35년 동안의 재산권 피해에 대해선 땅값이 아닌 별도의 보상조치로라도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이러다가는 청주판 인분소동 빚어질라

 

문제의 땅 172평은 청주대측이 공사를 하면서 둘레를 차단시키는 바람에 완전히 고립된 상태로 남아 있다. 지난 9월에도 청주무예마스터십대회 개폐회식이 이곳에서 열리게 되자 기껏 국제대회를 유치해 놓고 자칫 지역의 이미지를 구기게 된다면서 빨리 해결하라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별다른 계기를 찾지 못했다. 당시 청주대 측은 “대학은 시설 책임만 있기 때문에 폐가로 인해 환경문제가 생긴다면 주최측이 책임질 문제”라는 입장을 밝혀 빈축을 샀다.

현재 땅 주인 윤태갑 씨는 주변으로부터 아주 기발한(?) 제의를 받고 고민중이다. 어차피 보상협의가 안 되면 이곳에 농사를 계속 짓는다는 명분으로 인분 등 거름을 쏟아부으라는 것이다. 대학측에 압박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제의 땅 인근엔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돼 있어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지난 8월 전국의 언론을 달군 세종시 ‘이해찬 퇴비소동’의 재판이 빚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했다간 청주대는 물론이고 지역사회에까지 망신살이 뻗치게 된다”면서 “특히 이곳에서 전국 내지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방문하는 외지· 외국인들이 청주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갖겠느냐”고 한 목소리로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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