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말, 이렇게 가벼워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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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 이렇게 가벼워서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1.11.1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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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강희 편집국장

 

정치인의 말은 중요하다.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감동 주는 말을 하면 ‘어록’으로 남지만 그 반대일 때는 두고두고 비난을 받는다. 요즘은 말 한마디 하면 한 시간도 안돼 전국으로 확산되는 시대라 더 그렇다.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내뱉는 말이 곧잘 화제가 된다. 한 때는 윤석열 후보에게 ‘1일 1망언’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두 후보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오십보 백보다. 마치 두 후보 모두 가십거리 제조기 같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부산의 젊은 스타트업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 재미없잖아, 솔직히. 아 재미있긴 한데 서울 강남 같지는 않은 측면이 있다”고 한 말이 지난 주말 내내 화제가 됐다. 부산을 서울 강남과 비교해 말한 것이 부산비하 발언으로 비쳐졌고 급기야 박형준 부산시장과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들이 항의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만일 이 후보가 충북에 와서 이런 발언을 했다면 충북사람들도 열을 올렸을 것이다. 그 만큼 지역에 관한 말은 조심스럽다. 자칫 비하하는 것으로 들리기 십상인데 너무 쉽게 내뱉는다. “음주운전보다 무면허 운전이 더 위험하다” “오피스 누나 확 끄는데요” 등은 이보다 더 심했다.

그런가하면 각종 블로그와 카페에는 ‘윤석열 후보 망언 모음집’이라는 것이 올라와 있다. 읽어보니 씁쓸하다. 그 많은 망언 중 전두환 관련 발언이 압권이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 19일 부산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난리가 났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고 이한열 열사의 조형물을 보고 부마항쟁 때냐고 물어 한심한 역사인식을 드러내더니 급기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까지 해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이한열 열사는 1987년 6월 항쟁 때 최루탄을 맞고 쓰러져 사망했다.

이런 현상은 충북에서도 나타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은 지금 자신의 이름 석자를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들은 신문·방송뿐 아니라 개인의 SNS를 통해 많은 의견을 내놓는다. 보다 자극적이며 보다 비판적인 말로 이목을 끌려고 한다. 선거가 임박해지면 아마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다.

청주시장 출마설이 도는 모 충북도의원은 며칠 전 도의회 5분발언을 통해 미호강 프로젝트에 대해 말했다. 제목은 ‘미호강 프로젝트, 특혜는 안됩니다’ 였으나 내용은 아리송했다. 그는 “미호강 프로젝트 연구용역에서 환경과 친수공간이 우선이라는 결정이 나오면 인근의 네오테크밸리 산업단지 개발을 접어야 한다. 부득이 개발을 해야 한다면 환경을 고려한 범위에서 공공 지분을 확대해야 한다. 청주시는 지분 20%로 어정쩡한 참여가 아닌 감독기능을 살릴 수 있는 지분참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거대 자본에 의해 청주시 모양을 바꾸는 게 아니라 행정에 의해 청주시 모습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겨냥한 것으로 짐작했지만 이해는 잘 안된다. 정치인의 한 마디는 참으로 중요한데 너무 가볍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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