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日 현수막 위에 反文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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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日 현수막 위에 反文 현수막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8.13 20:3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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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청 앞 한 때 이상한 상황 연출, 도민들 갸우뚱
12일 철거됐으나 “우리의 적은 일본” 비난여론 증폭
지난 9일 충북도청 서문 앞의 현수막. ‘충북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 범도민위원회’가 흰색 현수막을 걸었으나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이 바로 위에 이를 비웃는 투의 노란색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 9일 충북도청 서문 앞 큰길에서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최근 국민들의 일본 아베정권에 대한 반일감정이 극에 달한 시점에 反 문재인 정서를 드러내며 이를 정치적 싸움으로 확전시키는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충북3.1운동·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 범도민위원회’(이하 범도민위원회)는 아베정권이 우리나라에 경제보복조치를 단행한 이후 도청 앞에 일렬로 흰색 현수막을 걸었다. 현수막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안사요, 안타요, 안먹어요, 안가요!’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먹지 않습니다!’ 등이다. 이런 현수막은 충북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내걸렸다.

그러자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바로 위에 ‘오로지 평화, 평화, 북한, 북한, 결과는 경제폭망, 안보폭망’ ‘문재인발 한일 갈등, 국민만 죽어난다. 문재인은 해결하라!’ ‘“일본과 싸워야 총선에 유리하다고?” 더불어민주당은 해산하라!’ 등의 노란색 현수막을 걸었다.

현재는 12일 청주시가 양쪽 현수막을 모두 철거한 상태이나 이 현상을 지켜본 도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은 대체로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와 관계없이 최근 일본의 행태에 공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싸워도 시원찮을 판에 이마저도 보수단체들은 정치적으로 바라보며 대통령을 공격했다.

 

“우리 조롱하는 현수막 바로 위에 걸어”

 

범도민위원회는 같은 날 현수막 게시 문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범도민위원회가 일본규탄과 불매운동을 전국민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펼친 현수막달기 운동을 모독하는 무례한 일이 발생했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이라는 단체가 국민운동과 대통령을 비난, 비아냥 거리는 현수막을 걸어 우리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무례한 행위를 자행했다”며 비열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시민들에게 진보와 보수, 좌우진영의 싸움으로 비쳐지거나 일본규탄과 불매운동이 훼손되지 않도록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에 상호 자제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했으나 회피했다. 이 또한 비민주적이며,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지적하고 스스로 일본규탄 불매운동 현수막을 철거하겠으니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도 현수막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수막은 내렸으나 아베정권 경제보복 침략에 대한 규탄운동은 계속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15일 광복절 오후4시 성안길에서 개최되는 아베정권규탄 도민대회에 적극 참여할 것도 제안했다.

이두영 범도민위원회 공동대표는 “우리는 특정 정당이나 정파와 관계없이 모인 위원회다. 정부를 두둔하고자 일본 규탄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 측이 이를 조롱하는 현수막을 바로 위에 걸었다. 이는 예의가 아니다. 그 쪽에 현수막을 떼라고 하니 못 뗀다고 해서 같이 내리자고 했다”며 “12일 기자회견을 끝내고 우리 현수막을 스스로 떼려고 했으나 회견 도중 청주시 담당자가 와서 모든 현수막을 철거했다”고 말했다.

범도민위원회는 올해 2·8 독립선언과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 2월 8일 출범했다. 충북도내 시민사회여성문화농민단체 등이 주도한 이 단체에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단체가 들어갔다. 대학총학생회, 종교단체, 문학회, 장애인단체 등도 참여했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지난 7월 9일 서원대 미래창조관 강당에서 발대식을 열고 이재수 준비위원장을 대표로 선출했다. 이 단체는 자유민주주의 가치 수호와 자유인으로서의 역할 정립 등을 기치로 내세웠다. 이날 발대식에서 전희경 국회의원은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재수 대표는 충북교육시민사회단체협의회 대표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태극기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교조, 문재인 대통령 등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는 황신모·심의보 후보 단일화를 위해 구성한 충북좋은교육감추대위원회 집행위원을 맡아 활동했다. 단일화는 무산됐다.

 

전국적으로는 주옥순·이영훈 화제
 

한편 전국적으로는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와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의 발언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조직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주 대표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여러 번 사과했다. 강제징용 개인청구권 관련 대법원 판결은 문재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1965년 한일협정을 어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는 이들을 13일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구로경찰서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우리가 잘못했으니 아베에게 사과하라는 발언은 매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포괄적 협정으로 개별 피해 사례는 그 후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개별적 보상은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영훈 전 교수는 유튜브 채널 ‘이승만 TV’의 ‘조국 교수에게 묻다’라는 영상에서 "임시정부를 사실상 끝까지 지켜온 차리석 선생은 저의 외증조부다. 어릴 때부터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자신의 집안에 독립운동한 분이 있었다고 했는데 결과는 외외증조부를 말한 것이었다. 외외증조부도 집안이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아무리 내년에 총선이 있지만 일본에 대응한 일련의 국민행동들을 비판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확전시킨 것은 너무했다는 의견들이 많다. 충북의 한 인사는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우리사회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히 좌우로 갈라진다. 그런데 이번 일본 사태는 이와 다르다. 우리끼리 싸울 게 아니라 똘똘뭉쳐 일본과 싸워야 한다. 적이 누구인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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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2019-08-13 22:27:22
나라가 국민을 갈라치기 한 결과의 웃픈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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