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문화가 먹여 살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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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문화가 먹여 살리더라”
  • 홍강희 기자
  • 승인 2019.08.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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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진 씨 10년전부터 준비해 90일간 유럽자동차여행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스위스·독일 등 7개국 돌아봐
스위스 몽퇴르에서 반동진 씨

사진은 4만 5000장 정도 찍었다. 아직 정리를 못했고 내 블로그에 올리는 중이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까?” 90일간 유럽 여러나라를 여행하고 온 반동진(60) 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4월 5일 한국을 떠났다가 7월 4일 귀국했다. 정확히 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독일 등 7개국 100여개 지역 300여개 명소를 구경했다.

반 씨는 34년간 제천시와 청주시 공무원으로 재직했다. 주로 청주시에서 근무했고 지난 2018년 12월 청주 내덕2동장을 끝으로 공로연수에 들어가 오는 12월 말 정년퇴직한다. 그러니까 그는 공로연수에 들어간 뒤 몇 개월 후에 해외여행 길에 오른 것이다. 시간이 있다고 누구나 이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갈 수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해외여행을 준비해왔다. 이를 위해 영어공부를 했고 꼼꼼한 일정표를 짰다. 또 국제운전면허증을 취득했고 야영생활을 할 수 있는 세간살이를 준비했다. 동행자는 단 1명, 부인이다. 반 씨는 일정과 사진을 날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러자 용기에 감탄했다는 댓글이 많이 올라왔다. 아마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의 글을 보며 대리만족했을 것이고, 떠날 사람들은 용기를 얻었으리라.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준비

가이드를 따라 다니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과 그의 여행은 큰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준비했고 해외에 가서도 누구에게 기대지 않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여행에는 나이가 없다. 반 씨는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젊은이 못지 않는 용기와 도전으로 7개국을 돌고 왔다. 그것도 사고없이 안전하게.

그는 "퇴직 후 해외여행 갈 계획을 10년전에 세웠다. 그 때 영어공부도 시작했다. 썩 잘하지는 못해도 의사소통은 해야 한다는 생각해 매일 최소 1시간 이상 공부를 했다”며 본격적인 여행준비는 지난해 6월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디를 갈 것인가를 정한 뒤 동선과 숙박업소를 결정했다는 것.

“세계사 공부하다 알게 된 유럽의 역사적인 장소와 그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가고 싶은 곳 포인트를 500개 잡은 뒤 다시 300개로 추렸다. 이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계획이다. 여행을 마치고 보니 계획했던 곳은 거의 다 갔고, 경비도 예상한 만큼 들었다.”

반 씨는 휜색 푸조 자동차를 리스 형식으로 사서 운전하고 다녔다. 거기에 텐트, 에어매트, 식탁, 의자, 전기히터, 이불, 밥솥 등 필요한 모든 물건을 싣고 이동했다.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밥도 직접 해먹었다. 여행장비를 사느라 초기 비용이 많이 들었지 웬만한 것은 스스로 해결해 경비도 최대한 아꼈다.

총 90일 중 55일 동안 캠핑장에 텐트를 쳤고 나머지 35일간은 에어비앤비(AirBnB), 민박, 호텔이용 등 다양한 방법을 썼다는 것. 참고로 에어비앤비는 에어베드(Air Bed)앤드 브렉퍼스트(Breakfast)의 약자다. 침대와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홈페이지에 집주인이 임대할 집을 올려 놓으면 고객이 선택해 돈을 내고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현지인의 집을 빌려 쓰는 것으로 이 또한 공유경제에 해당된다.

유럽은 특히 캠핑을 즐기는 나라답게 웬만큼 경치좋은 시골에는 캠핑할 수 있는 시설이 돼있고 열쇠를 꽂아야 문이 열리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한 곳도 많았다고 한다. 전기공급은 기본이고 일부 캠핑장에는 매점, 샤워실,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바’가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그는 다만 편의상 이틀 이상 머무를 때만 텐트를 치기로 해서 다른 숙박시설을 활용한 것이지 캠핑생활이 가장 편안했다는 후일담을 들려줬다.

스페인 구겐하임미술관

프랑스에 홀딱 반하다

반 씨 부부는 여행기간 동안 프랑스를 가장 자세히 보고 스페인·스위스·포르투갈을 일주했다. 이탈리아·오스트리아·독일은 일부지역을 돌아보았다. 특히 각 국의 세계적인 미술관은 원없이 가봤다고 한다. 미술 전공자는 아니지만 거기서 큰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 머물렀던 라부여인숙과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오베르성당을 보았다. 오르세미술관, 몽생미셀, 앙부아즈, 협곡 가바르니 등이 좋았다. 스페인에서는 알함브리궁전과 나스리궁전, 구겐하임미술관, 세고비아 수도교, 메스키타 등을 보고 아름다움에 놀랐다"며 신선한 충격을 받은 곳이 많아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또 빈센트 반 고흐가 머물렀던 도시 아를의 채석장에서는 고흐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보여주는데 얼마나 황홀한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곳을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이탈리아에서는 돌로미티산맥이 가장 멋있었다고 강조했다. 독일에서는 하르부르크성 같은 여러 개의 성과 나치박물관·중세범죄박물관·인형박물관 등 특수박물관을 구경했다고. 시골로 갈수록 영어가 통하지 않아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유럽의 작은 시골마을은 볼수록 예쁘고 아담해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도 전했다.

"내년에는 동유럽에서 터키·그리스까지 가볼까 한다. 유럽 여러나라를 보면서 우리나라를 생각했다. 결국은 문화가 도시를 먹여 살린다. 문화예술에 투자해야 한다. 외국은 광장이나 원형 로터리 같은 곳에 동상, 기념비, 작품 같은 공공미술을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건축비의 1%를 조형물에 투자하도록 하는 조형물법이 있으나 건축주들이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를 지자체에서 발주해서 좋은 작품을 적극적으로 도시에 남겨야 한다.“ 
 

이탈리아 돌로미티에서 반동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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