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로 인생역전, ‘농업회사 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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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로 인생역전, ‘농업회사 우성’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8.0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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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이후 청년창업자금으로 보은에 굼벵이 농장 마련
숙취해소음료 ‘챙기세요’, 애완동물사료 ‘벅스펫’ 제조

“서울 쌍문역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했다. 아버지와 함께 일하며 나름 쏠쏠하게 벌었다. 하지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공포된 이후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직원 월급도 못줄 상황에 처해서 결국 사업을 접고 백수로 지냈다. 노점을 차려서 휴대폰케이스를 판매하기도 했는데 내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굼벵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귀농을 준비하게 됐다”고 김우성(35) 대표는 농업회사 ‘우성’을 열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왼쪽부터) 벅스펫 공남희 직원과 김우성 대표 /육성준 기자

농업회사 ‘우성’은 굼벵이를 활용해 반려동물 사료와 숙취해소음료 등을 만든다. 현재는 대형 반려동물용품점과 손잡고 다양한 사료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 소소하게 온라인 판매도 한다. 청주 강내농협에서는 ‘우성’의 사업성을 인정하여 강내농협 내에 창업공간을 마련해 줬다. 강내농협이 선별한 5개의 사업자들은 이곳에서 생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5년 9월 고향인 서울을 떠나 아무 연고도 없는 속리산에 자리 잡았다. 농사를 지으려면 땅이라도 조금 있어야 하는데 돈 한 푼 없던 그에게 땅을 마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산이 없어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는 “귀농을 준비하다보니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할머니께서 은퇴하면서 먼 친척에게 샀다는 땅 300평 남짓을 내주셨다. 할머니도 사놓긴 했는데 막상 고향인 서울을 떠나 보은으로 가려니 막막해 놀리고 있던 땅이었다. 잘해서 갚으라며 이런저런 덕담도 해주셨다”고 말했다.

땅이 생기자 사업을 준비하는데 자신감이 붙었다. 굼벵이 사육에 대해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배우고 귀농·귀촌 박람회에 참여해 곤충시장을 익혔다. 틈틈이 청년창업과 관련한 설명회에도 참여했다.

그는 “청년과 관련된 지원들이 참 많다. 처음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될 때는 막막했는데 청년창업 설명을 듣고 사업을 준비하고부터는 사업을 하도록 나라에서 도와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창업 준비가 끝날 무렵 융자를 위해 보은으로 이전해야 했다. 신혼이었지만 부부가 내려오기에는 수익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결국 주말부부를 기약하고 홀로 이사왔다”고 말했다.

 

숙취해소음료 ‘챙기세요’

 

김 대표는 청년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풍뎅이 유충인 굼벵이를 기르는 사육장을 만들었다. 굼벵이는 동의보감에도 순환기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약재다. 주로 건조 상태에서 약재시장에 판매한다.

사육장에서는 한 번에 약 300kg 생산이 가능하다. 초창기에는 꽉꽉 채워 넣고 200~300kg씩 생산했다. 하지만 한정된 판로로 곧바로 위기가 닥쳐왔다. 그는 “처음에 너무 의욕적이었다. 가루는 냈는데 팔 곳이 없었다. 원재료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해서 생산량을 줄이고 가공품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술을 좋아하는 그는 숙취해소 음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사가 위치한 보은군은 대추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동의보감을 살펴보던 그는 굼벵이와 대추가 어울리면 숙취해소에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근 대추농가의 도움을 받아 재고로 쌓여있던 대추와 굼벵이를 ‘배터지게’ 먹어가며 음료개발에 몰두했다. 당시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서 숙취해소 효과에 대한 연구비용을 충당했다. 김 대표는 “개발을 진행하다보니 이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진청에서도 반응이 좋았다. 카드 빚 500만원을 내서 변리사를 통해 특허를 취득했다”고 말했다.

건강을 지키라는 의미로 ‘챙기세요’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숙취음료의 대명사로 불리는 ‘여명 808’ 외에는 적수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곧바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농진청에서는 괜찮았는데 이걸 식품시장에 팔려니 제조업허가를 받는 등의 절차가 필요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외주생산을 하자니 최소 생산량이 만개가 필요했다. 자본 없는 상태에서 시도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즙을 내리는 포의 형태로 제품을 내놓았다. 소량 찍을 돈밖에 없어서 지인들에게 나눠주면서 시작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았다. 지금도 한번 효과를 본 사람들이 전화와 온라인으로 계속해서 주문을 한다. 별다른 영업활동 없이도 한 달에 200만원 남짓의 매출을 올린다.

그는 “매출 200만원은 비용을 고려하면 사업적으로 성공한 아이템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보니 애착이 간다”며 “지금도 제품의 성능은 충분히 경쟁력 있다. 회사가 크고 자본이 생기면 다시 도전하고 싶은 아이템이다”고 말했다.

벅스펫에서 출시한 곤충과 야채를 섞은 애견간식

 

1000번 도전 끝에 결실

 

자본이 부족했기에 굼벵이 가루를 활용해 손쉽게 도전할 시장이 필요했다. 그는 반려동물시장을 두드렸다. “한 귀농·귀촌 박람회에 참여했는데 반려동물 사료를 만드는 것이 뜰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돌아오자마자 굼벵이 가루로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를 연구했다. 이후 아마 1000곳이 넘는 반려동물 매장에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곤충으로 사료를 만든다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다. 다행히 한 곳에서 관심을 표했고 판매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전국에 체인을 갖고 있는 비교적 큰 반려동물용품 판매 업체였다. 업체의 요청에 따라 농업회사 ‘우성’마크 대신 사료 브랜드 ‘벅스펫’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는 “처음에는 저비용으로 제작하기 위해 사료위에 뿌리는 파우더 형태로 제작했다. 이후 업체와 협의를 통해 동결 건조한 간식형태 등으로 제작했다. 호응이 좋아서 ‘킁킁박스’라고 강아지들의 놀이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만들었다.

‘킁킁박스’는 안에 간식형태의 사료를 집어넣고 애완동물이 발로 누르면 튀어나와 먹을 수 있게 만든 제품이다. 특이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5분 남짓이지만 ‘KBS 6시 내고향’에도 소개됐다. 그는 “이전까지는 영업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전화했지만 방송 이후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지금은 오는 전화를 받기에도 바쁘다”고 말했다.

사업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3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주말부부로 떨어져 살던 부인도 보은으로 이사 와서 사업을 돕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농업회사 우성이 유통을 강화해서 농가들에게 판로를 만들어 주는 회사가 되기를 꿈꾼다.

김 대표는 “핸드폰 가게를 접었을 때만해도 막막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길이 보인다. 처음에는 직접 생산해서 판매를 하려고 했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보은에만 8개 곤충농가가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인근 농가에서 제품을 받아 협업하여 유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계속해서 사료카테고리를 늘리고 그 사이 숙취해소음료 같은 다른 제품들도 보완해서 판로를 더 열 수 있는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보은 사육장에서 김우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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