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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이 된 청주시장

기사승인 2019.04.25  09: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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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범덕 청주시장이 또 비리공무원에 대한 엄벌의지를 밝혔다. 지난 22일 주간업무보고회 자리에서다. 지금부턴 일말의 관용도 없고 원칙적으로 응징할 것임을 애써 강조했다. 이 정도의워딩이라면 산하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지역사회가 시쳇말로 바짝 쫄아야 정상일텐데 아닌 것같다.


한 시장은 지난 1월에도 직원들에게 날을 세운 적이 있다. 비리공화국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감사기능을 강화해 비리공무원들은 발을 못 붙이도록 하겠다고 시민들과 약속한 것이다.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비위가 수그러들지 않자 책임자로서 결기를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다른 사람도 아닌 감사관실 팀장이 청주시로부터 관급공사를 수주받는 관계의 업체 대표와 동남아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이 드러남으로써 당시 한 시장의 약속은 허언이 됐다.


이전 재임시인 2013년엔 직원들을 향한 한 시장의 각오는 더 결연했다. 그 때는 청주시가 연초제조창 부지매입 비리와 통합정수장 관련 뇌물수수 의혹 등으로 지금보다도 훨씬 시끄러웠다. 이를 염두에 두고 한 시장은 추석명절을 앞둔 시점에서 직원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공직자는 엄정해야 한다’를 전제한 이 편지는 “공직비리는 일벌백계가 아니라 백벌백계로 다스리겠다”고 강한 의지로 천명했다.


하지만 청주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은 그 때나 지금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 사석에선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 봐라”는 냉소마저 넘쳐난다. 지난해에는 시민 여론의 냉엄한 감시속에서도 비리가 횡행해 청주시 공무원 6명이 파면, 해임되고 15명이 중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음주운전은 기본이고 향응과 뇌물수수, 몰래카메라 촬영, 채용 비리 등 내용도 가지각색이다.
굳이 사족을 단다면 어느덧(?) 비리공화국이라는 닉네임을 달 게 된 청주시의 현재 모습은 한범덕 시장에게만 책임을 물을 상황이 아니다.

역대 시장들 모두가 직원 비리문제로 골치를 썩여 왔고 그 때마다 청주시 자체의 선언적 이벤트도 계속돼 왔다. 정확한 자료는 모르겠지만 청주시만큼 무슨 자정대회니 결의대회니 하는 것들을 많이 한 자치단체도 없는 것같다. 일이 터졌다 하면 시장이 사과를 하고 직원들은 한 자리에 모여 “앞으로는 깨끗해지겠다”고 합창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양치기 소년의 궁극적인 교훈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늑대가 쳐들어 온다”고 소리를 질러도 이를 아무도 믿지 않으려는 ‘불신’의 끝은 다름아닌 마을의 모든 양들이 몰살되는, 그리하여 양치기 소년마저 모든 것을 잃는 최악의 파멸임을 경고하는 것이다. 지금 청주시가 이 모양이 되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비리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문화의 성격으로만들어지고 양산된다. 가족 중에 누구 하나가 시원찮으면 옆에서 이를 닮게 되고 조직의 책임자들이 부도덕하면 그 밑의 구성원들 역시 정서적으로 황폐해지는 이치와 똑같다. 청주시가 오랫동안의 그 많은 자정약속이 무색하게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엔, 다름아닌 비리에 대한 조직의 문화적 흐름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척결하지 못한 적당주의가 자리잡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시장이 엄포를 놓고 직원들이 모여 구호를 외친다고 해서 바꿔질 일이 아니다.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 필요한데도 청주시는 늘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고 있다. 시민들과 타지로부터 비리공화국이라는 폄훼를 당할 지경이면 청주시가 해야 할 처방은 분명히 나와 있다. 시장이 직원들을 향해 말대포를 쏠 게 아니라 시장 스스로가 자진(自盡)하겠다는 결사(決死)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일 이년도 아닌, 십수년 간 계속되는 비리의 악순환이라면 이 시점에서 시장은 직을 걸고 조직을 다스려도 부족할 판이다. 때문에 공개석상에서의 발언도 직원들에게만 문제의식을 충동질할 게 아니라 “한번 더 비리가 발생하면 시장과 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을 내놓겠다”고 해야 설득력을 얻을 것이다. 수차례에 걸쳐 시민들과 한 약속을 못 지킨데 따른 조치로선 당연하지 않은가.


청주시는 이미 늑대의 습격을 받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교육 문화의 도시라는 과거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고 미세먼지 전국 1위, 최악의 녹지율이라는 험악한 딱지가 붙었지 않은가. 공무원들이 업자와 해외로 골프투어를 가고 여성이나 탐하면서 몰래카메라를 찍는 사이 청주시가 이렇게 변한 것이다. 최근에도 청주테크노폴리스와 도심공원 민간개발 문제로 시끄럽지만 이 역시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로 대표되던 개발정책이 남발되던 때에 청주시는 이들 공기관이 사업하기에 ‘아주 편하다’는 뒷얘기가 정설로 회자될 정도였다. 대규모 개발을 하면서 공원이나 녹지를 작게 설계해도 허가 관청이나 시민들로부터 별다른 반발이 없었던 것에 대한 자조였던 것이다. 그만큼 청주시는 친기업 정서였다. 왜일까?


청주테크노폴리스 사업에선 유사 이래 최고 최대라는 발굴 문화재가 대책없이 취급되고, 도심공원은 조만간 개발의 참화를 피할 수 없게 됐는데도 청주시는 그저 느긋하기만 하다. 이 역시 늑대가 쳐들어 오고 있음을 실체적 사실로써 보여주고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청주시장의 비리척결 약속을 듣고 싶지 않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일 수도 있다. 또 한번 비리가 자행되어 그 때 다시 시장이 산하 직원들을 꾸짖고 그 직원들이 결의대회를 반복한다면 시민들로부터 돌아 오는 건 뻔할 것이다. “또 늑대가 쳐들어 온다고? 너희들이나 도망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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