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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가치에 대하여

기사승인 2019.04.25  09:4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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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집 전 교수의 신작 『다시 읽은 고전

김 성 신 출판평론가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

오래된 책, 고전. 고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세상의 모든 고전에는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가 들어있다. 그 책이 탄생한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읽고 또 읽었으며,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다음 세대에게 권했다. 고전은 그렇게 살아남아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다.


그러고 보면 ‘집단지성’이라는 것은 스마트 시대의 특산물이 아니다. ‘집단지성’은 책의 세계에선 이미 수백 년, 수천 년 전부터 당연히 존재했다. 책을 읽고 서로 권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 줌으로써, 한 권의 책을 고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었으니 말이다. 이 일련의 과정 자체가 이미 집단지성이었다는 뜻이다.


현대의 집단지성은 양적 축적을 기반으로 질적 도약을 만든다. 고전은 여기에 시간까지도 축적했다. 전 인류가 동원되어 수백, 수천 년 동안 검토한 끝에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들을 추출한 후 지금 내 앞에 던져준 책. 그것이 바로 고전이다. 그리고 내가 아직 읽지 않았다면, 고전은 단지 낡고 오래된 책이 아니라, ‘오래된 새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지금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고전의 목록을 새롭게 검토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만 고전은 고전으로서 살아남는다. 만약 어떤 책에 대해 그 시효가 만료되었고, 더는 읽을 가치가 없어졌다고 판단한다면 그 책은 우리로부터 후대에는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오래된 고전의 목록을 새롭게 바꿀 수도 있다. 내가 지금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먼 옛날부터 지구상에 살았던 전 인류와 함께 고전의 목록을 검토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김경집 전 교수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다시 읽은 고전』이라는 제목이다. 김경집 교수의 신작은 늘 전작을 압도한다. 이 책은 인생의 고전을 ‘나의 시간’에 따라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읽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읽었던 고전을 많은 세월을 보낸 후 다시 읽었을 때의 감상을 들려준다. 같은 책이 전혀 다르게 읽히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던 자신의 독서 경험에 대해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반복해서 읽은 독서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이미 읽어서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읽었을 때 다르게 읽히는 까닭이 무엇인지 자문해보면 의외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이해, 변화된 판단, 뜻하지 않은 영감 등이 고전을 다시 읽을 때 얻을 수 있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는 고전은 자신의 정신적인 성장과 지성의 진화를 감각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가 되어준다고도 설명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시 읽는 책

『다시 읽은 고전』에는 동서고금의 고전 27권이 등장한다. 그중 하나. 저자는 어린 시절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처음 읽었던 때를 떠올린다. 그때 두 가지의 상반된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혹시 자신의 내면에도 하이드 씨와 같은 악의 모습이 들어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론 이성적인 지킬 박사가 사악한 하이드로 변해 마음껏 욕망을 표출하는 모습에서 묘한 쾌락을 느끼기도 했단다.

다시 읽은 고전 김경집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그런데 대학생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었을 때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다고 했다. 산업혁명기에 출간된 이 책이 당시 영국 중산층에게 어떻게 읽혔는지, 그리고 당시의 독자들은 왜 이 작품에 그토록 열광했는지, 이런 시대적인 배경과 소설이 겹쳐 보였다고 한다.


또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된 후 이 책을 다시 펼쳤을 때는, 이전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아름다운 문장과 은유적인 표현이 보였다고 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이렇게 자신의 성장과 함께 그 의미가 계속 변주되는 소설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김경집 전 교수는 『다시 읽은 고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이미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은 비생산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긴 호흡으로 하나의 문제를 성찰하고 그 과정에서 답을 찾고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스스로 판단하고 성찰하는 힘을 기를 때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성찰하는 힘’과 ‘주체적인 삶’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나는 스스로 무릎을 칠만한 비유를 하나 떠올렸다. ‘급류에 휩쓸려 내려갈 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무엇인가?’ 이렇게 묻고는 스스로 답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을 찾아야만 하겠지!’


홍수라도 난 듯 온 세상이 요동치며 변하고 있다. 모든 것이 변할 때는, 빠른 흐름에 눈길을 던지려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소용없는 짓이다. 무엇보다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고 부여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고전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 했다. 고전이란 급류의 강 한복판을 버티고 있는 거대한 암반과도 같은 것이다. 고전은 어제도 있었고, 내일도 있을 책이다. 하지만 『다시 읽은 고전』은 반드시 ‘오늘’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시대의 급류 속에서 끝내 살아남고 싶다면 말이다.

김 성 신
출판평론가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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