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자 ‘재갈 물리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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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 ‘재갈 물리기’인가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9.02.2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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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주민, 경찰 도착까지 차량 막은 혐의로 업무방해 피소
흥덕구청 권고조치 통해 일단락되나 싶었는데 수사는 진행

청주TP 조성사업과 관련해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고 일부 주민들은 탄원서를 제출하며 행정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개발사업이 진행되며 크고 작은 민원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1월 초 내곡동의 주민 P씨는 동네 가운데로 통과하는 레미콘트럭으로 인해 도로가 파손되고 있다고 경찰서에 신고했다.

도로를 다니는 트럭사진 /주민 제공

그 과정에서 P씨는 현장 보존을 위해 경찰이 출동하기 전까지 약 18분 동안 트럭을 정차시켰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도로파손 현행범으로 인계한 뒤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이로 인해 P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피소 당해 경찰의 출두를 요구받았다.

그는 “마을진입로를 점용한다는 내용을 주민들은 몰랐다. 마을에는 공사현장도 없다. 중장비차량들이 무단으로 이동하며 도로를 파손했고 현장에서 도로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차를 멈춰 세웠다. 그럼에도 출두를 요구받은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P씨의 민원제기에 청주시 흥덕구청은 공문(건설과-1245)을 통해 ‘건축허가자에게 공사차량을 우회하여 통행할 수 있도록 권고조치 하였으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고 답변했다. 그동안 공사차량이 도로사용허가나 주민들의 양해 없이 통행해 마을진입로를 파손한 것에 대해 ‘흥덕구 도로기동반으로 하여금 응급복구 조치할 계획’라고 밝혔다.

이후 P씨는 흥덕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을 방문하여 민원을 제기하고 출동경찰관에 의해 잘못 처리된 업무방해사건에 대해 바로 잡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공사업자들에 대한 도로파손을 조사해 줄 것을 진정했다.

청문감사관실은 민원 접수·처리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고소·고발·교통사고 처리과정에서 불편·부당한 것이 있거나 처리결과에 이의가 있을 때, 경찰의 활동방식이나 업무처리 절차 등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민원인이 문의할 수 있는 창구이다. 이에 따라 청문감사관실은 내부감찰기능을 수행한다.

 

수사는 이제 시작

변호사 B씨는 “범죄수사규칙과 형사소송법 등에서는 체포자로부터 현행범인을 인도받을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는 구청 측의 공문을 미뤄봤을 때 도로사용에 부당함이 있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P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출두 요청할만한 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건은 한 달여간 잠잠했다. 그런데 최근 P씨는 또 다시 경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다. 업무방해 건이다.

이에 대해 P씨는 “청주시에서 공문을 받고 청문감사관실에 의뢰하며 사건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감사관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던 시점에서 갑작스레 출석요구서가 와서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청문감사관실은 절차상 민원인에게 가부를 통지한다.

민원처리 기간과 관련해서 법령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7일 이내 처리하도록 돼 있다. 현재 7일이 지난 상황으로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P씨가 일방적으로 감사관실을 찾아와 민원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에 저해될 소지가 있어 판단을 보류 중이었다”고 밝혔다.

인근주민 A씨는 “흥덕구로부터 시정조치와 관련된 공문이 P씨 및 공사 관련 업체에 발송됐다. 더구나 경찰에서 공사차량들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200년 된 보호수의 손상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면서 주민들은 한시름 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P씨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것이다. P씨는 지난해 청주시에 민원을 제기하다가 악성민원인으로 고발당해 경찰조사를 받았다. 무혐의로 끝났지만 앞선 경험이 있던 P씨로서는 더욱 공권력의 움직임에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당시 트럭으로 인해 파손된 도로 /주민 제공

 

모욕죄도 추가?

사건처리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냐는 질문에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구청에 도로사용허가를 득했는지, 고소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업무방해혐의로 P씨에게 출석을 요구한 형사과 관계자는 “지구대를 통해 신고가 들어왔고 이에 따른 수사과정이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P씨는 같은 날 청주흥덕경찰서 경제수사팀으로부터 모욕죄에 대한 참고인 출석요구를 받았다. 모욕죄 혐의는 P씨가 1월 초 한 경찰관과 대화를 하며 그를 모욕했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가 기록돼 있지 않다.

주민 A씨는 “P씨는 그동안 청주TP와 관련해 민원을 제기했다. 특히 산단 진행절차와 법규정에 근거한 내용들이 공개되지 않고 진행된 점들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래서 산단개발이 빨리 되기를 바라는 일부 투기꾼과 주민들이 P씨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몇 번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B씨는 “공권력이 개입되면 개인 입장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법률과 판례에서는 공권력의 남용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P씨는 수사대상이기 보다 부조리를 지적한 양심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P씨는 청주TP 내의 부조리에 대해 수많은 사실들을 제보했다. 그 가운데는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TP내 유력자들의 투기의혹에 대한 것들도 있다. 그리고 이중 상당수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사 B씨는 “P씨는 공익 제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악성 민원인으로 낙인찍으면 바른 소리 하는 시민을 보호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부러진 마을 보호수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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