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시내버스가 많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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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시내버스가 많이 아픕니다
  • 충청리뷰
  • 승인 2018.11.0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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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색이 곱습니다. 하늘은 바다를 품고, 산은 노을을 안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에 담긴 별을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인생을 사랑하게 만듭니다. 가을엔 시내버스가 바빠집니다. 햇살 투명한 봄철 보다는 덜 하지만, 빨간 햇살 가득한 가을에도 바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부지런히 노동하고 노동력의 대가만큼 임금을 지불받아 열심히 살아가는 시내버스업 종사자들에게 가을은 느낌 그대로 바쁘고도 풍요로운 계절입니다.

그런데 올 가을엔 시내버스업계가 아픕니다. 아픔이 단풍 색처럼 짙어져 가는걸 보니 예사로운 병이 아닌 듯합니다. 6개 업체 중 우진교통을 제외한  일부 업체가 9월, 10월 지급되어야 할 임금의 일부가 체불되고, 퇴직금과 연차수당도 제 날짜에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제가 민주노총에서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으로 파견된 지 14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자기혁신 게을리한 시내버스 업계
혹자는 임금인상을 앞둔 사업주의 협상전술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증상은 작년부터 이미 예고되었고, 앞으로도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병세가 호전되기는 힘들 것입니다. 아마 현장노동자들이 느끼는 아픔과 심리적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승무원들은 현장에서 운행할 때 이미 탑승객의 수가 계속해서 감소되는 것을 가장 빨리 직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입니다.

2016년부터
인구 감소로 이용승객
연 평균 3%씩 줄고 있어

청주시내버스는 2015년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만 16년부터 인구감소와 대중교통 비효율성의 여파로 이용승객이 년 평균 약 3%씩 줄었습니다. 그러나 시내버스업계는 그간의 안정적 성장에 자만하여 미래를 내다보는 자기혁신을 게을리하였습니다. 대중교통시장에 대한 독과점적 시장지배를 과신하고 안주하였던 것입니다.

즉 도시발전에 따른 신노선과 교통수단을 다양하게 세분화하여 편리하고 효율성 있게  개선하지 못하였고 시민들의 만족도 향상을 위한 교육과 투자에 인색하였으며, 노동자들은 장기적이고 생산적인 복지와 교통문화 보다는 전근대적이고 소모적인 노동시장으로 내몰려 1 인당 노동생산성은 그야말로 바닥을 헤매게 퇴보하였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청주시 교통과마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근본적인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이것이 청주시내버스의 현실입니다.

시내버스 업계 병세 지금 ‘중증’
자업자득입니다. 인과응보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당분간은 이용승객이 줄면 수입금이 줄고, 승객이 줄면 승객수와 연동된 청주시 보전금이 감소되고 총수입이 줄면서 시내버스업계의 생존권이 흔들리고 그 결과 청주시 교통환경이 악화되는 총체적 악순환이 계속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병세가 중증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통증이 이젠 시내버스업계에만 그치지 않고 이용객인 청주시민들께 전이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내버스의 아픔이 업계의 문제에서 청주시민의 교통복지 문제로 전환된 것입니다. 청주시민들은 청주시의 교통안전지수 전국 최하위라는 지표가 말해주듯 불편하고 불안전한 교통환경과 교통제도로 내몰리며 아우성입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8월, 청주시가 ‘사람 중심의 대중교통 환경조성을 위한 대중교통활성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총 13명의 추진위원들이 지혜와 열정을 모으기 위해 모였습니다.‘대중교통활성화 추진협의회’는 준공영제 시행과 노선개편 그리고 이와 관련된 기타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이러한 추진협의회 과제에는 많은 집단적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교차합니다.청주시민의 교통복지, 청주시 예산투입, 노동자의 생존권, 표준운송원가에 근거한 업계의 적정이윤 등 많은 요소들이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립적 요소들을 치열한 토론을 통해 조율하고 통제해서 생산적인 합의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입니다. 효율적인 절차와 임무에 대한 총체적 시각 그리고 강력한 책임감이 없으면 이루어 내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인 것입니다.

그러나 ‘대중교통활성화 추진협의회’는 1차 회의부터 난항이었습니다. 조직 구성 취지에 맞지 않는 일부 추진위원 선임과 자격적정성 문제제기부터 운영방식의 투명성에 대한 격한 논쟁까지 앞으로의 험로를 예상하게 하는 회의였습니다.

시내버스의 아픔을 토로한 한 추진위원께 되돌아오는 무례한 공박을 들으면서 자칫 병든 대중교통을 치료하기는커녕 생채기만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실사구시적이지 못하고 현실인식 없는 명분만 앞세운 ‘시민을 위한 탁상회의’는 도리어 폐해를 고스란히 청주시민들께 돌려 주는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민의 교통복지 향상과 재정지출 증가, 노동자의 생존권 향상과 시 예산 절감, 버스업계의  적정이윤 보장  등 이러한 대립물들을 어떻게 재구성하여 병들고 아픈 구시대의 유물을 해체시키고 새롭고 건강한 대중교통 질서와 체계로 만들 것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건강한 대중교통 체계구축은 추진위원회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반드시 수행해야 할 막중하고 준엄한 청주시민의 명령입니다.'

대중교통활성화 추진협 구성
건강한 대중교통체계 구축 과제

고운 가을색이 무르익으며 깊어만 갑니다. 단풍으로 물든 아름다운 산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색들이 섞이면서 만들어 지듯 교통약자를 섬기는 겸손한 마음, 대중교통 활성화를 응원해 주시는 과분한 신뢰, 우진교통을 사랑해 주시는 감사한 마음, 모두를 잊지 않고 존중하여 청주시민의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복지를 이루는데 우진교통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김 재 수
협동조합형 노동자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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