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마다 이러한 공동체가 생기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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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마다 이러한 공동체가 생기면 좋겠어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7.25 11: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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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엄마들 노하우, 재능기부로 나눈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
‘같은 뜻’으로 뭉친 13명의 회원들…동네 돌봄교실까지 열어

아이를 다 키운 선배엄마들이 후배엄마들을 위해 기꺼이 재능을 나누는 곳이 있다. 내 아이는 다 키웠지만,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잡지 않고 풀어주고 싶다”고 외치는 엄마들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뭉쳤다.

이들은 청주시 개신동 현대아파트 앞 싱싱마트 2층에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 사무실을 열었다. 이 공간은 지역 아이들을 위한 돌봄교실으로도 운영된다.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는 청주교육지원청과 청주시가 벌이는 청주행복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마을교사 양성 과정에서 만난 13명의 회원들은 처음에는 얼굴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었지만 ‘마을 공동체 회복’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움직였다.

지난 20일에는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 지역돌봄교실 개소식이 열렸다. 교육부가 지역연계 돌봄교실 연계사업으로 방과 후 돌봄을 지원하는 공모에서 선정된 것이다. 

한경섭 대표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서원감리교회 한경섭 목사는 “사역을 하면서 교회가 꼭 해야 할 일이 지역의 아이를 돌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을 행복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만나게 돼 정말 기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가 임대했던 곳을 공동체 사무실로 기꺼이 내줬다. 한 대표는 “공동체는 지난 3월 2일 창립총회를 가졌다. 돌봄교실엔 13명의 가경초, 복대초, 경덕초 학생들이 온다. 그동안 지원에서 소외된 일반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애경 사무국장은 “사실 아이들을 모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보내줬고, 지인들에게 알려 참가자를 모집했다. 지금은 반응이 매우 좋다”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동사무소, 시의회, 학교를 일일이 쫓아다니며 홍보를 했다. 우리를 믿고 아이를 맡겨주신 분들이 고맙다”라고 말했다.

 

“학원보다 여기가 더 좋아요”

 

오후 4시 설은비 양(5학년)은 자신의 동생들을 포함해 돌봄교실에 가는 아이들을 데리고 센터로 왔다. 은비 양은 “여기 오면서 학원을 다 끊었다. 이곳에서 다양한 수업을 받는데 학원에 다닐 때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 그전에는 동생들이랑 학원가거나 집에 있었는데 지금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지낸다”라고 말했다.

돌봄교실은 매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창의과학, 책놀이, 건강교실, 정서놀이, 역사이야기가 요일별로 진행된다. 간식도 먹을 수 있고, 독서 및 일기 쓰기 등 공동체 놀이도 이뤄진다.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의 마을교사들은 돌봄교실의 교사들이기도 하다. 조은주 마을교사는 “지금의 현 교육체제에서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교육을 실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 회원들 사진.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영옥, 신문수, 안은정, 이명선, 강정희, 이규연, 조은주, 김애경, 한경섭 대표. /사진=육성준 기자

김애경 사무국장은 “몇 년 전 돌봄과 교육을 병행하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돌봄은 돌봄, 교육은 교육기관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많았다. 많이 부딪히면서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돌봄의 사회적 기능이 확대됐다. 이렇게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펼치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는 마을신문만들기, 마을놀이터, 마을문화전시회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상별로 프로그램이 다르다. 가경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론 마을신문만들기가 진행되고 초등학생들과는 마을의 작은 공원에서 마을 놀이를 벌인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진 동아리를 진행해 마을의 역사를 사진으로 남길 예정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11월 말에 ‘마을 전시회’를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이외에 꿈자랑동아리 공모를 통해 ‘드림업 힐링푸드’ 동아리와 ‘무심천 브라더스 학생자치’ 동아리도 운영 중이다.

 

아이들을 통해 기쁨을 느낀다

 

경산초 학부모 회장이자 총무를 맡고 있는 강정희 씨는 “아이들을 키우고 난 뒤 그 시간을 돌아보면 아쉽기도 하고 그립다. 책놀이 수업을 이곳에서 하고 있는 데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이 크다.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라고 말했다.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에서 마을교사로 참여하는 이들은 대개 고등학교, 대학교 자녀를 둔 ‘엄마’들이다. 이들은 이웃의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봉사자로 나섰다. 박영옥 씨는 일주일에 3번 돌봄교실을 지킨다. 박 씨는 “돌봄교실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미술놀이 수업을 하는 안은정 마을교사는 “미술을 경쟁으로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풀잎문화센터 사창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명선 씨는 공동체에서 공예수업을 한다. 이 씨는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공예수업을 해봤는데 아이들은 또 다르다. 요즘 아이들이 욕심은 많은데 꿈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교육을 해보고 싶어 지원했다”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국가다. 아이들은 점차 줄고 있지만 이에 대한 출구전략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 힘든 것을 모두가 알지만 사회시스템의 개선 속도가 너무 느리다. 마을의 공동체성 회복은 엄마들에게 가장 절실한 탈출구일지 모른다.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는 가경‧복대동을 관할한다. 이곳에만 학교가 29곳이 있다. 한경섭 대표는 “지역이 넓고 아파트 단지로 흩어져 있다 보니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주고 자원봉사를 해줘 지금까지 왔다. 마을마다 이러한 공간이 생기면 좋겠다. 그 첫 시작이 복고을이 되기를 바란다. 동마다 이러한 공간이 있다면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기가 좀 더 수월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동네마다 이러한 공간이 생긴다면 맞벌이 엄마들의 한숨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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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2018-07-28 11:23:51
아이들이 방과 후 사교육에 시달리는데 앞으로
복고을행복교육공동체같은 좋은 공간에서 청주 지역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희망과 꿈을키워나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한경섭 대표님과 여러 선생님들 더위에 힘내시고아아들을 위해서 좋은일 많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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