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최고가치가 된 시대의 쓸쓸한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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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최고가치가 된 시대의 쓸쓸한 풍경”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2.0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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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애 기자, 두 번 째 소설집 <손에 관한 기억>

 

소설가 김정애(54)씨가 두 번째 단편집 <손에 관한 기억/고두미 출판>을 출간했다. 유년의 상처, 무자비한 개발, 자본과의 싸움, 폭력에 대한 비웃음, 몸의 정체성 찾기 등을 드러낸다.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표제작 「손에 관한 기억」을 비롯해 「개털」, 「당신은 아직 오로빌에 있나요」, 「문상객」, 「소도로 간 사람들」, 「‘소설 홍명희’ 습작기」, 「파파라치의 가족」 등이다.

작품 「문상객」, 「소도로 간 사람들」, 「파파라치의 가족」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위기로 인한 개인의 파산, 가족의 해체, 그로인한 사회적 갈등의 문제를 짚었다. 작가는 “7편의 소설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작품으로 오늘의 모습에 비춰보면 뒤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더 치열하게 자본과 싸우고 있다. 자본우월주의는 쉽게 죽지 않는 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장인물들이 15년이 지난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지 묻고 싶어졌다”라고 말한다.

IMF로 직접 타격을 받은 사람들은 공교롭게도 젊고 찬란한 청년의 나이가 아니었다는 것. 그는 자신들이 살아왔던 삶의 터전에서 소외된 중년의 여자들, 그리고 삶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진 어중간한 40대의 남자들이었다는 것에 주목한다.

표제작인 「손에 관한 기억」은 어린 시절 손바닥에 난 상처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가슴 깊이 감추고 살다 어느 날 상처를 드러내게 되면서 해묵은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다. 예술가의 손을 통해 유년의 상처를 반추하고 내재돼있던 상처를 치유한다.

또한 작가의 실제 인도 오로빌 공동체 여행담을 모티브로 한 「당신은 아직 오로빌에 있나요」는 사람의 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전혀 다른 이력을 가진 두 여성이 만나 매력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 정신만 강조해 온 작가의 삶 또한 찬찬히 바라본다. “일종의 오로빌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같은 글이다. 살다보니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는 것을 알겠더라.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몸에 대한 경시가 있었는데 다시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글이다.”

그런가하면 충북 괴산에서 출생해 대하소설 『임꺽정』이라는 걸작을 남긴 ‘홍명희’라는 인물을 모티브로 쓴 「‘소설 홍명희’ 습작기」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가장 커다란 갈등구조로 작용하는 ‘이념’으로 덧씌워진 폭력을 고발한다. 공적인 영역의 트라우마가 아닌 개인의 가족사에 남겨진 얼룩을 쫓아간다.

김정애 씨는 단편소설 「개미 죽이기」로 허난설헌 문학상을 수상하고 2002년 첫 소설집「생리통을 앓고 있는 여자」를 출간한 바 있다. “15년 만에 다시 소설집을 내는 것을 보고 독자들이 게으른 작가라고 생각할 것 같다. 사실 올해 하반기에 장편소설을 또 낼 예정이다. 산문집을 내고 밥벌이를 하느라 시간이 늦어졌지만 글쓰기는 멈추지 않았다. 매일 퇴근하고 2시간 씩 어김없이 글을 쓴다. 나를 위해 쓰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책을 낸 후 독자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 찾아가는 독서회 등을 계획 중이다.”현재 그는 충청매일 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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