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도 이 사람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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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도 이 사람을 막을 수 없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18.02.07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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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씨투넷' 오종석 대표

씨투넷(대표 오종석)은 노후 컴퓨터 재활용업체이다. 이 업체는 입찰을 통해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부터 사용연한이 다된 컴퓨터를 싼 값으로 사온다. 그 후 재사용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분류한다. 재사용이 가능한 것은 다시 조립컴퓨터로 생산해 수출업체에 판매하고, 수익의 일부분은 입찰 받은 기관에 새 컴퓨터로 기증한다. 규모로 치면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오종석 씨투넷 대표. /육성준 기자 eyeman2523@naver.com

씨투넷은 재생산한 컴퓨터를 지역의 아동단체, 시민단체에 기증하는 일과 기증한 컴퓨터를 관리하는 일도 하고 있다. 씨투넷은 2010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씨투넷의 전신은 1999년 설립한 ‘초록세상‘이라는 회사다. ’초록세상‘은 버려지는 자원을 잘 순환해서 초록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지은 이름으로 중고컴퓨터를 동남아 등 해외로 수출하는 일을 했다. 그러던 2002년 오 대표는 노후컴퓨터의 분해와 재활용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이름도 씨투넷으로 바꿨다. 포부도 생겼다. 그는 “초창기 고물상에서 버려진 컴퓨터를 많이 사왔다. 그 과정에서 고성능이지만 비에 젖어 재활용하지 못하고 버려지는 컴퓨터도 많았다. 좀 더 열심히 일해서 컴퓨터가 버려지기 전에 한번쯤은 내 손을 거쳐 제품으로서 가치를 다시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2016년 11월 4일 12시경, 씨투넷은 큰 화재를 당했다. 당시 소방서 추산 2억 7000만 원의 피해를 입었고, 공장 1개동 660㎡가 전소됐다. 실제는 이 추산 액보다 더 많은 손실을 입었다. “당시 소방서 추산으로 1500여대의 컴퓨터가 소실되었다고 했는데, 실상은 5000개가 넘는 부품이 전소됐다. 화재 후 보험사의 손해사정사가 현장에 나와 조사를 벌였는데, 부품이 너무 많다보니까 단위면적에서 발견된 부품의 개수를 가지고 추정한 게 1500여개였다.” 당시 씨투넷 공장에는 입고 된지 2일 밖에 되지 않은 재고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오 대표는 사고 후 체크해보니 피해액의 약 40%정도 산정되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10여년을 준비한 재고들, 어려운 가운데 모은 제품들, 그리고 계획된 거래들, 이 모든 게 한순간에 날아갔다. 사업을 포기할까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 그를 일어설 수 있게 도와준 건 제기를 기다리겠다는 직원들과 땅 주인이었다고 한다. 땅 주인은 씨투넷과 15년째 임대임차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방황하고 있는 오 대표에게 “지금까지 잘 해왔는데, 지금 포기하는 건 너무 아쉽지 않느냐? 임대료를 1년간 받지 않을 테니 다시 재건해보라”고 용기를 줬다고 한다. 여기에 힘입어 오 대표는 씨투넷을 다시 살리기 위해 청소부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11월 처참하게 무너진 씨투넷 화재현장.

거래처도 도움의 손길 내밀어

화재를 복구하는 시기는 겨울의 초입인 11월 말이었다. 지인들은 추운 날씨에도 오 대표와 함께 물청소를 했다. 그가 다니던 학교, 그가 도움을 주었던 단체들, 거래처 모두 씨투넷을 돕기 위해 장갑을 끼고 왔다. 먼 거리에 있는 거래처들의 눈물겨운 도움도 이어졌다. 10여 년간 거래를 이어오던 강릉과 대구의 거래처에서는 각각 50만원과 300만원의 성금을 보냈고, 한국사회적기업모임에서도 모금활동을 벌여 어려운 살림에 보탬을 주었다.

씨투넷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사업을 다시 일으키면서 오 대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화재보험이었다. 현실적으로 샌드위치 패널 공장은 보험가입이 어렵다. 화재 위험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공장의 경우 시세보다 저평가되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괜찮다. 씨투넷 같이 중고물품을 재생산하는 업체들은 재고에 대해 보험가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보험가 책정의 기초가 되는 재고에 대한 표준단가를 책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 대표가 처음 씨투넷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보험사에 다니는 지인의 도움으로 건물 5000만 원 재고 5000만 원이라는 매우 파격적인 조건으로 보험에 가입했다고 한다. 그 덕에 2016년 화재 이후 보험금 1억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험사로부터 다시 화재보험을 들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보험을 가입해줄 수 있는 다른 보험사들을 찾아다녔고, 우여곡절 끝에 공장건물에 대한 보험 1억 5000만 원을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재고에 대한 보험은 들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기왕이면 돈을 더 쓰더라도 재고상품에도 보험을 들고 싶어 한다. 그는 “저희 회사는 규모가 큰 편이어서 화재보험이 그나마 가능했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가 더 많다. 이에 대해 법적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화재가 나고 함께 해온 직원 6명을 바로 해고 조치했다. 회사는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들었고,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다른 일을 찾아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중 2명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씨투넷을 만들고 10년 넘게 함께 고생한 사람들인데 회사가 본 궤도를 찾아 가고 있는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4명은 남아 회사 재건에 함께 했다.

2016년 11월 화재이후, 4개월이 지난 2017년 3월부터는 학교나 지자체에서 납품을 받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10년을 준비한 설비들을 한순간에 복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6월이 돼서야 다시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다. 지난해 6월부터 재가동을 시작한 씨투넷은 지난해 매출 4억 원을 기록했다. 씨투넷이 지금까지 평년 약 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6개월간 사업을 진행한 것 치고는 상당한 매출을 올린 것이다. 거래처들이 씨투넷의 역량을 알고 정상화 때까지 기다려준 것도 있다. 화마로 인해 설비, 재고가 불타 회사는 큰 손실을 입었지만, 씨투넷이 갖고 있는 역량은 더 견고해졌다. 오 대표는 “지금도 화마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중이지만, 사회적 기업으로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일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투넷이 꿈꾸는 자원재순환

씨투넷의 주 거래처는 학교다. 학교에서는 노후컴퓨터가 가장 많이 나온다. 충북이 그나마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편이라고 한다. 이웃 대전교육청, 충남교육청, 세종정부종합청사는 고물로 폐기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다른 지역의 협력업체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들 기관들에 노후컴퓨터의 재활용 사업을 제안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일반 기업들의 참여는 더 없다. 그나마 씨투넷과 자매결연하고 있는 ‘자화전자’와 ‘한국JCC’ 만이 이들을 통해 노후컴퓨터를 처리한다. 이 두 기업은 충청북도가 추진하는 ‘1사 1사회적 기업 결연사업’을 통해 지난 2011년 1월부터 씨투넷과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오종석 대표는 “사회 전체에 노후컴퓨터뿐 아니라 노후 물품을 재활용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다. 씨투넷은 앞으로 공공기관 뿐 아니라 일반기업들도 노후컴퓨터의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래서 자원을 재활용해 저개발국가에 수출하고, 또 우리나라에도 컴퓨터가 필요하지만 없어서 쓰지 못하는 곳에 보급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회적기업 씨투넷은 노후 컴퓨터를 기관뿐 아니라 기업, 개인들을 통해서도 매입하고 재생산한 중고컴퓨터를 판매한다. 충북 청주시 서원구 남이면 대림로 49, 043-26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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