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대학은 ‘공동운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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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대학은 ‘공동운명체’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8.01.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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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산업 연계한 특화된 전공 키워 지역경쟁력 제고
국내 자원 감소하니, 대학 존립 위해 해외로 해외로…

대학의 위기, 지역의 위기
미래의 지방대학은

 

 충북도내 대학들이 존립여부에 빨간불이 커지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각종 지표를 보면 대학의 어려운 상황이 읽혀진다. 해마다 입학정원이 줄고 있으나 채우지 못하고 있다. 재학생들이 미복학 하거나 수도권 대학들로 편입이 늘어나 재학생 중도탈락 비율이 늘고 있다. 대학을 마쳤어도 대학원 진학 시 타 대학으로 떠난다.

정부에서는 3월 말 대학구조개혁평가 2주기를 시작한다. 특성화사업을 할 때 정원감축은 이제 필수조건처럼 돼버렸다. 2주기 평가에서 하위대학에 속하면 정원감축은 당연한 수순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학 관계자들이 갖는 위기감도 크다.

청주대 관계자는 “청주대가 지난번에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돼 파고를 겪었다. 청주대가 정원 10%를 3년간 감소해야 했는데 초과해서 줄였다. 올해는 4%인 74명을 또 줄였다. 총 290명을 줄이라고 권고했는데 304명을 감축했다. 대학 존폐에 대한 위기감을 당연히 느낀다”라고 말했다.

도내 대학들은 올해 대부분 정원감축을 선택했다. 최근 대구미래대학교가 재정난과 신입생 충원율의 어려움으로 자진폐지 신청을 낸 것도 경각심을 주었다. 대구미래대는 예정대로라면 2월 28일자로 폐교한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애광학원에 대한 자진폐지를 인가했고, 재학생은 타 대학 특별편입학을 추진토록 했다.

전문대학이 자진폐지를 신청하고 교육부가 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학은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E등급(상시컨설팅 대학)을 받았고 신입생 충원율(2017년 기준 34.8%)의 지속적인 감소로 임금체불 등 재정난이 심화돼 정상적인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 이후 자진폐교한 대학은 건동대(2012), 경북 외대(2014), 인재대학원대(2015)이었고 이번에 대구미래대가 폐지신청을 냈다.

간판 따려고 대학 안 가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대학의 존재이유도 재설정해야한다는 여론이다. 현재는 학령인구의 80%가 대학을 선택하지만 선진국은 50~60%로 낮다. 대학교육의 효용성을 놓고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위 간판을 따기 위해 대학을 가는 시대가 끝나가는 것이다.

조한상 청주대 기획처장은 “대학교육에 들인 시간과 돈 만큼 서비스를 해야 생존할 수 있게 된다. 대학이 혁신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금 상황에선 우선 합리적으로 정원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 청주대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하는 계열별 인력수요전망에 따라 과의 정원을 관리한다. 현재의 경쟁력과 ‘사회수요부합도’지표를 따져 정원비율을 맞춘다”라고 덧붙였다.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대학들의 지표관리를 하면서 획일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라고 말한다. 하버드대학도 교육부 평가를 받으면 하위 등급을 면하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농담도 들린다.

이에 모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가 대학 정원을 빨리 줄여 연착시켜야 하다 보니 지표를 내세우고 따라가라고 한다. 전 세계에서 정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곳은 없다. 다른 나라는 대학 과정에 대한 인증 체제로 나아간다. 지방대가 특성화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솔직히 평가에 매달려 다른 고민을 할 여유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지역대학은 지역의 산업을 견인하는 중요한 통로이다. 그러다보니 도내 대학들도 지역과 연계된 계획을 짜느라 분주하다. 서원대는 뷰티산업을 전면에 내세워 특성화 작업을 꾀하고 있다. 김영식 서원대 기획처장은 “서원대는 바이오, 화장품 분야 특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엔 화장품 학부가 생기는 데 현재 화장품 관련 3개 학과를 4개로 늘려 제조, 임상, 납품, 뷰티 전반을 다루게 만들 것이다. 지역의 산업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낼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과 뷰티 관련 MOU를 체결하고 현지에 뷰티샵을 설치했다. 대학 내 화장품 기업을 만들었고, 해외진출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중국 3곳에 한국어 교육원을 설치하고, 베트남에는 한국어교육원 외에도 단기연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뷰티를 매개로 한 교육사업 및 외국인 유학생 유치까지 나서고 있는 것이다.

김 처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가는 대학만이 생존할 수 있다. 전문분야의 인재를 키워야 지역사회 산업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도나 시의 전문인력 확충이 기본적으로 대학 인프라를 통해 시작되지 않나. 지역학생들도 서울대, 연고대의 개념을 버리고 분야별‧전공별로 특화된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조한상 처장 또한 “지역대학의 의미는 지역 리더를 키운다는 데 있다. 지역의 독특한 산업구조를 따라 가야 한다. 청주대는 디자인 계열과 보건계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역대학의 경쟁력 있는 과를 우리사회가 인정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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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대학, ‘교육상품’들고 세일즈 나섰다

서원대…베트남 학생 유치 나서

충북대…일본, 중국 대학과 MOU

 

대학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해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국립대도 프랜차이즈 형태로 교육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사립대는 이미 해외 유학생 유치 및 공동학기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왔다. 청주대는 140여곳과 MOU를 맺고 교류를 벌여왔다. 서원대는 뷰티학과를 매개로 베트남 학생 유치에 힘 쏟고 있다.

이번 법 개정으로 국립대인 충북대의 활약이 기대된다. 충북대의 현재 외국인 유학생 수는 1400여명으로 3년 사이 700명이 늘어났다. 국적을 따지면 42개국이 된다. 올해는 충북대 캠퍼스 깃발을 중국 훈춘과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 꽂는 작업도 벌일 예정이다. 충북대는 빠르면 올 해 안에 MOU를 체결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다.

충북대는 대학구조개혁평가 1주기 때 서울대에 이어 2위(A등급)를 기록해 전국적으로 회자됐다. 같은 국립대인 충남대는 C등급, 강원대는 D등급을 받았다. 학생만족도 조사에서도 4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이만형 충북대 기획처장은 “우리도 예외없이 불안하다.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충북에서 1등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립대의 역할을 하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해외출장을 갔다 왔는데 미국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지자체가 아예 대학주변을 스탠포드 시로 따로 만들어 줬다. 지자체의 지역 대학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대학도 무한경쟁체제에 들어섰다. 지자체와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지역과 함께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지역과 대학은 공동운명체다”라고 부연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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